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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리울거야, 블루베리 파이
2016.03.18 Fri 621

기사 요약

<영화 속 Cafe & Menu>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매일 밤 문을 닫을 무렵이면 치즈케이크와 애플파이는 다 팔려나가요. 복숭아 코블러와 초콜릿 무스케이크도 거의 다 팔리죠. 하지만 블루베리 파이는 손도 안 댄 채 남아요. 그렇지만 다른 것을 주문했을 뿐, 블루베리 파이를 탓할 순 없죠. 누군가 그랬다. 잊혀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잊혀진다는 것은 기실 선택되지 못했다는 말이고 공유할 미래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선택해야만 한다. 왜 잊혀져야 하는지 원망하며 좌절과 눈물로 주저앉아 있던가, 아니면 책임을 내게만 묻는 세상에 당당하게 맞서며 새로운 만남을 위해 달려나가던가. 실연의 슬픔을 안고 뉴욕 북쪽 브롱크스(Bronx)의 한 카페에 들른 엘리자베스. 그녀는 다짜고짜 전 남자친구가 새로운 여자와 이곳을 방문했는지 카페 주인에게 묻는다.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그들이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절망하고, 남자친구의 집 열쇠를 카페 주인 제레미에게 맡긴다. 바 테이블 위 항아리에는 주인을 잃고 주인을 기다리거나 그대로 버려진 열쇠들이 한 가득이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제레미와 그의 연인이 소유했던 열쇠도 가장 낮은 곳에 담겨 있다. "열쇠를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는 그녀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 그래서 그는 카페 문을 닫지 않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말동무가 필요하다던 엘리자베스는 매일 밤 이 카페에 들러 자신처럼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남겨진 블루베리 파이를 먹는다. 제레미는 엘리자베스를 위로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엘리자베스는 아무 말 없이 뉴욕을 떠난다. 영화는 제레미의 카페가 있는 뉴욕에서 시작해 멤피스와 네바다로, 엘리자베스의 행로를 따라 이어진다. 낯선 도시에서 엘리자베스는 상처 속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 인연들의 이야기는 발신자가 생략한 채 제레미에게 엽서로 전달된다. 2007년 칸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영화는 왕가위가 주드 로, 노라 존스, 레이첼 바이스, 내털리 포트만 등을 데리고 미국에서 찍은 첫 장편이라 화제를 모았다. 너무 큰 명성탓에 혹평이 이어졌지만 허름한 카페와 고독한 기차소리, 인물들의 메마른 나레이션, 그리고 창밖에서 안을, 안에서 밖을 마치 멈춘 시간 안에서 응시하는 듯한 카메라로 대변되는 왕가위의 시선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청춘들의 아리지만 따뜻한 감성을 여전히 자극한다. 왜 하필 블루베리였을까. 블루베리의 주성분 안토시아닌이 인지기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계획에 넣지는 않았겠지만 블루베리는 영화에서 서툰 젊음을 상징하는 재료다. 그리고 잊혀지고 싶지 않은 세상 모든 청춘들의 표상이다. 어느날 카페를 찾아온 제레미의 옛 연인. 옛 감상에 젖어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제레미가 아직도 열쇠를 보관하고 있는 이유를 묻고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문이 안 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응수하듯 제레미는 “문을 열고 들어가도 찾는 사람이 거기 없을 수도 있다”며 자신이 찾는 사람이, 카페 문을 아직도 닫지 않는 이유가 더이상 그녀가 아님을 내비친다. 떠나간 지 300일째 다시 카페로 돌아온 엘리자베스. 매일 예약석을 만들어 둔 채 그녀를 기다린 제레미에게 엘리자베스는 먹을 것을 청한다. 스테이크와 감자칩을 먹는 그녀를 바라보며 제레미는 여전히 블루베리 파이를 먹는다. 오늘도 블루베리 파이는 한가득 남았다. 요즘도 블루베리 파이는 잘 나가지 않나봐요. 그런데 왜 계속 만들죠? 혹시 또 모르잖아요. 그쪽이 갑자기 한 조각 찾을지. 언제가 오고야 말, 오지 않더라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날들을 견디고 나가는 것이 사랑이다. 300일 전날 밤. 잠들어 버렸던 엘리자베스에게 그날의 기억을 묻는 제레미.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녀는 CCTV를 볼 수 있느냐고 묻고, 화면을 통해 그날 밤의 사연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날처럼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글 임형준   <영화정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 2007) 94분 프랑스・홍콩. 2008년 국내 개봉. 12세 관람가 감독 왕가위 출연 주드 로, 노라 존스, 나탈리 포트만

<영화 속 Cafe & Menu>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부호-상

매일 밤 문을 닫을 무렵이면 치즈케이크와 애플파이는 다 팔려나가요. 복숭아 코블러와 초콜릿 무스케이크도 거의 다 팔리죠. 하지만 블루베리 파이는 손도 안 댄 채 남아요. 그렇지만 다른 것을 주문했을 뿐, 블루베리 파이를 탓할 순 없죠.

부호-하 누군가 그랬다. 잊혀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잊혀진다는 것은 기실 선택되지 못했다는 말이고 공유할 미래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선택해야만 한다. 왜 잊혀져야 하는지 원망하며 좌절과 눈물로 주저앉아 있던가, 아니면 책임을 내게만 묻는 세상에 당당하게 맞서며 새로운 만남을 위해 달려나가던가. 실연의 슬픔을 안고 뉴욕 북쪽 브롱크스(Bronx)의 한 카페에 들른 엘리자베스. 그녀는 다짜고짜 전 남자친구가 새로운 여자와 이곳을 방문했는지 카페 주인에게 묻는다.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그들이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엘리자베스는 절망하고, 남자친구의 집 열쇠를 카페 주인 제레미에게 맡긴다. 베리-4 바 테이블 위 항아리에는 주인을 잃고 주인을 기다리거나 그대로 버려진 열쇠들이 한 가득이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제레미와 그의 연인이 소유했던 열쇠도 가장 낮은 곳에 담겨 있다. "열쇠를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는 그녀의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기 때문. 그래서 그는 카페 문을 닫지 않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베리-1 말동무가 필요하다던 엘리자베스는 매일 밤 이 카페에 들러 자신처럼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남겨진 블루베리 파이를 먹는다. 제레미는 엘리자베스를 위로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엘리자베스는 아무 말 없이 뉴욕을 떠난다. 영화는 제레미의 카페가 있는 뉴욕에서 시작해 멤피스와 네바다로, 엘리자베스의 행로를 따라 이어진다. 낯선 도시에서 엘리자베스는 상처 속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 인연들의 이야기는 발신자가 생략한 채 제레미에게 엽서로 전달된다. 베리-13 2007년 칸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영화는 왕가위가 주드 로, 노라 존스, 레이첼 바이스, 내털리 포트만 등을 데리고 미국에서 찍은 첫 장편이라 화제를 모았다. 너무 큰 명성탓에 혹평이 이어졌지만 허름한 카페와 고독한 기차소리, 인물들의 메마른 나레이션, 그리고 창밖에서 안을, 안에서 밖을 마치 멈춘 시간 안에서 응시하는 듯한 카메라로 대변되는 왕가위의 시선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청춘들의 아리지만 따뜻한 감성을 여전히 자극한다. 왜 하필 블루베리였을까. 블루베리의 주성분 안토시아닌이 인지기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계획에 넣지는 않았겠지만 블루베리는 영화에서 서툰 젊음을 상징하는 재료다. 그리고 잊혀지고 싶지 않은 세상 모든 청춘들의 표상이다. 베리-3 어느날 카페를 찾아온 제레미의 옛 연인. 옛 감상에 젖어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제레미가 아직도 열쇠를 보관하고 있는 이유를 묻고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문이 안 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응수하듯 제레미는 “문을 열고 들어가도 찾는 사람이 거기 없을 수도 있다”며 자신이 찾는 사람이, 카페 문을 아직도 닫지 않는 이유가 더이상 그녀가 아님을 내비친다. 떠나간 지 300일째 다시 카페로 돌아온 엘리자베스. 매일 예약석을 만들어 둔 채 그녀를 기다린 제레미에게 엘리자베스는 먹을 것을 청한다. 스테이크와 감자칩을 먹는 그녀를 바라보며 제레미는 여전히 블루베리 파이를 먹는다. 오늘도 블루베리 파이는 한가득 남았다. 부호-상

요즘도 블루베리 파이는 잘 나가지 않나봐요. 그런데 왜 계속 만들죠? 혹시 또 모르잖아요. 그쪽이 갑자기 한 조각 찾을지.

부호-하 베리-5 언제가 오고야 말, 오지 않더라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날들을 견디고 나가는 것이 사랑이다. 300일 전날 밤. 잠들어 버렸던 엘리자베스에게 그날의 기억을 묻는 제레미.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녀는 CCTV를 볼 수 있느냐고 묻고, 화면을 통해 그날 밤의 사연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그날처럼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글 임형준   <영화정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My Blueberry Nights, 2007) 94분 프랑스・홍콩. 2008년 국내 개봉. 12세 관람가 감독 왕가위 출연 주드 로, 노라 존스, 나탈리 포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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