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커피트렌드 미국으로 건너가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커피 시장이지만, 아직 외국 브랜드의 런칭에 관해서는 일본보다 한발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기사는 왜 일본이 더 매력적인 커피 시장인지에 대해서 잘 보여주는 기사로, 그동안 미국 중심으로만 보았던 커피 시장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을 차를 마시는 나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커피의 인기는 이미 19세기 차를 넘어 섰고, 현재 일본은 세계커피소비 강대국 중 3위에 올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미국에서 유행하는 커피 트렌드 모두가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일본에서 전해진 것들도 여럿있다. 일본의 커피 문화가 미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보기 위해 보스턴대학교 인류학 교수인 '메리 화이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의 책 ‘일본의 커피라이프’를 참고했다.
먼저, 지금 유행하는 푸어오버는 일본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커피문화다. 골목마다 들어서는 스페셜티 커피 카페들이 최상위 원두를 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 제공하 것이 바로 푸어오버 커피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국가라는 명성답게,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커피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가장 큰 푸어오버 관련 제품 회사 두 곳이 일본의 하리오와 칼리타라는 사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바리스타를 하나의 직업으로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바텐더와 셰프처럼 일본인들에게 명성을 얻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바리스타들을 향한 존경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제3의 물결과 함께, 사무실로서의 카페의 역할이 심화되면서 겨우 바리스타가 전문직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바리스타 대회는 그 훨씬 전부터 존재했음에도 말이다. 일본인들은 바리스타의 코다와리(스시와 같이, 일본의 다른 요리솜씨에서 볼 수 있는 기술로,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한 무형 품질화기술이다)를 존중한다. 또한, 바리스타의 역할은 음료를 추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료의 모든 측면을 관리하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 어떤 카페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음료를 내리기 전, 고객이 우유나 설탕이 필요한지 묻고 이를 준비한다. 이제 커피를 좀 아는 사람들은 일본식 아이스커피를 즐겨 마신다. 미국 카페로 유입된 일본식 아이스 커피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일본 스타일’ 혹은 ‘핫블룸 아이스 커피’라고 불린다. 얼음을 서버에 담고 그 위로 추출한 커피가 떨어지도록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추출 방식으로, 커피의 풍미를 그대로 담아내는데 중점을 둔다. 이 커피는 한 번에 한 잔씩만 만들어지며 일본의 장인정신을 그대로 음료에 포함해 만드는 세심함도 담겨있다. 게다가 추출을 마치면 테이스팅 테스트도 거친다.
두 번째 음료는 이미 한국에서도 대중화된 더치드립이다. 네덜란드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이 드립법은 커피가루에 차가운 물을 1초당 1방울씩 떨어지도록 만들어 추출한 커피로 전부 추출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 이 커피는 기구를 놓는 것만으로도 좋은 디스플레이가 된다. 블루바틀에서는 ‘교토 스타일 커피’ 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인스턴트 커피의 발상지가 일본이라는 점이다. 처음 발명된 장소는 미국 시카고지만, 이를 발명한 사람은 일본의 과학자 사토루 카토라는 사람이다. 발명된 것은 1901년이지만,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로, 일본은 이보다 10년 늦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패키징 커피는 1970년대 처음 일본에 도입되었다. 미국인들에게 최초의 냉장 커피가 스타벅스 프라푸치노라면 일본에서는 이미 우에시마가 포카커피와 함께 60년대 말부터 캔커피를 만들고 있었고, 70년대 자판기가 보급 되면서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다. 대다수의 미국 내 스페셜티 커피 매장들이 자신들의 개성을 담은 콜드브루 커피를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고, 이중에서 더욱 특별한 제품들은 일명 ‘우유팩’이라고 불리는 테트라 팩에 담겨 판매되기도 한다. 일본은 과거부터 좋은 커피를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데 익숙했다. 미국의 카페들은 자신이 믿고 거래하는 업체에게 커피 가격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맡겼던 것에서, 벗어나려 이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다. 자신들이 원하는 커피를 얻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 결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나 하와이언 코나가 가정용 커피로서 친숙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최근 들어 주목받는 파나마 게이샤 같은 트렌드한 품종도 수십 년 앞서 소비해왔다. 때문에 일부 오래된 카페에서는 이런 희귀종 커피의 빈티지 생두를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일본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COE (Cup of Excellence)와 같은 전세계 커피를 브랜드화 하고 품질을 높이는데 앞장선다. 각 국가에서 열리는 커피 옥션에도 적극 참가해 고품질 커피를 가장 많이 낙찰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생두 가격이 평균 가격이 이던 것이 커피가 되면 로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매우 드물지만, 최근 들어 브루클린의 ‘라데보션(La Devocion)같은 최고급 커피를 판매하는 곳에서는 일본과 같은 열정을 엿볼 수 있다.
미국에서 라떼아트는 바리스타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과정으로 여긴다. 고객의 커피잔 위에 기하학적인 무늬 또는 로제타, 하트 같은 패턴을 커피 위에 그려 보이며, 바리스타는 자신의 기술을 보여줄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 일본에는 특히 이 분야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바리스타들이 몇몇 있는데, 유투브에 147만명에 팔로워를 지니고 있는 카즈키 야마모토를 꼽을 수 있다. 그는 파리의 에펠탑, 우주비행사, 게임 캐릭터 같은 다양한 형태에 3D 라떼아트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 하나의 일본발 트렌드는 사이폰이다. 빛을 이용한 브루잉 추출법 중 하나로, 전용 추출 기구를 이용하게 된다. 먼저 하단의 물을 담은 플라스크에 열을 가에 물을 끓인 뒤 상부에 커피 가루를 담아 커피를 추출하게 된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그다지 사용되지 않던 방식으로 이제는 몇몇 카페에서도 사이폰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바리스타의 장인정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추출법으로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Source: .thrill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