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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쉽게 배워보는 커피 테이스팅 속 과학

커피 한 잔에는 무수히 많은 향미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커피에 들어있는 모든 향미들을 느끼지는 못한다. 다만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몇몇의 향미를 파악하여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커피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2명의 사람이 같은 커피를 마시고 공통적으로 과일 향미이라고 느꼈지만 한 사람은 오렌지, 다른 사람은 자몽이라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기사 보기 : 블루보틀이 전하는 테이스팅 초보 가이드, ‘SCAE Sensory Foundation’ 저자가 말하는 향미 ) 그런데 오렌지 맛이 난다고 해서 정말 그 커피에 오렌지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오렌지를 먹을 때 느꼈던 향을 후각이 기억하고 있다가, 커피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향미를 느꼈을 때 '이 커피에서는 오렌지 맛이 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커피를 테이스팅 할 때는 신체의 과학이 작용하게 된다. 이름만 들어도 어려울 것 같은 '커피와 과학'이라는 주제를 tLBCC (the little black coffee cup)와 센서리 과학자인 아이다 스틴(Ida Steen)의 대화를 통해 알아보자.   SCA(舊 SCAE)의 트레이너로 SCAE 감각창작그룹에도 참여하고 있는 아이다 스틴은 '센서리 과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아로마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라 말했다. '맛'은 무엇을 먹을 때 입안에서 느끼는 감각이고, '아로마'는 코/비강을 통해 냄새를 맡는 감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맛과 아로마 등 모든 감각들을 포함하는 단어가 플레이버라고 한다. 커피를 마셨을 때 비휘발성 성분들이 혀에 있는 미뢰를 자극하면 기본적인 맛(쓴맛, 신맛, 단맛, 짠맛, 감칠맛)의 감각기들이 맛의 성분들을 찾아내어 뇌에 어떤 맛을 느끼고 있는지 신호를 보낸다. 한편 커피의 휘발성 성분들은 코를 통해 전달되는데, 이때 아로마에 대한 인식은 패턴인식 형태로 작용된다. 하나의 아로마 분자가 하나의 수용기를 활성화시키면, 그 수용기가 어떤 패턴의 향을 맡고 있다는 신호를 뇌에 보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커피에는 수많은 아로마 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일 분자가 다른 분자와 연결되어 더 많은 수용기들을 활성화시키게 되고, 그럼 다른 패턴이라고 인식하게 되어 또 다른 냄새를 맡고 있다고 뇌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 때문에 커피가 가진 수많은 향들이 느끼고, 플레이버를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맛을 예민하게 느끼도록 타고난 사람들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감각능력을 더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다 스틴은 커피 플레이버 훈련을 위해 기본적인 맛을 액체 용액으로 만들어, 향을 맡으면서 순수한 형태의 맛과 아로마를 감지하는 연습했다고 한다. 또한 원두에 제공된 커피노트와 동일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여 감각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람마다 감각기관들의 예민성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다 스틴은 최대한 활동적인 방법으로 감각능력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좋은 향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향의 이름은 잘 잊혀지기 때문에, 점심식사 혹은 산책 등 일상 생활에서 맡게 되는 모든 향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적으면 비슷한 향기를 맡았을 때 플레이버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이미지 출처 :  The Fundamentals of Coffee Tasting

17.03.15

커피 플레이버 휠의 역사,새로운 시도

커피 플레이버 휠(Coffee Flavor Wheel)은 커피가 가진 다양한 향미를 잘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죠. 작년 초 20년만에 새로 개정된 플레이버 휠이 발표돼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지난기사 보기 : SCAA 이사,피터 줄리아노에게 듣는 NEW 플레이버 휠 , 2016 월드커피리더스포럼 ‘커피과학과 커뮤니케이션’ 3人 인터뷰 ) 플레이버 휠은 처음 어떻게 시작됐고, 커피 플레이버 휠이 만들어진 것은 언제일까요? 플레이버 휠(wheel)을 넘어 플레이버 트리(tree) 등 다양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는 커피 플레이버 휠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날 제품을 설명하는 다양한 표현방법이 있지만, 그중 와인,향신료,커피 등 향미를 가지고 있는 제품을 설명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이다. 플레이버휠은 식품,와인 등의 상품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어휘를 명확히 하는데서 출발했다. 업계 종사자들이 어떤 상품을 정확하게 논의하기위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용어들을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애견사료에서 ‘냄새나는(merely smelly)’ 식품이 아니라, 판지,곡물,농장 등의 단어로 특정할 수 있게 된다.   제품 특징을 예쁘고 즉각적으로 전달하기위해 처음 고안된 방법은 무지개형 기법이다. 1950년대 아더 D.리틀(Arthur D. Little) 社에서 개발된 플레이버 프로필(Flavor Profile)은 ‘fruity’, ‘spicy’ ‘sweet’ 등의 단어를 이미지로 표현하기 위해 무지개의 주요 색(빨강,파랑,노랑)에 배정하고, 살구(apricot)나 감초(licorice)등의 부차적인 맛은 주요색의 하위 색상(청록,연보라)으로 표현했다. 커피 플레이버 휠은 다른 유형의 휠과 마찬가지로, 주요 향미는 안쪽에, 부가적인 향미는 바깥쪽에 위치하고 있다. ‘과일향’,‘신맛’,‘발효됨’ 등은 휠에서 동일한 선상에 놓여져있다. 또한 단어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색으로 코드를 나누고 있다. 예를 들어 식물과 관련된 용어들은 초록색으로, 꽃을 표현하는 단어는 핑크색으로, 향신료는 빨간색으로 되어있다.     1970년대 후반 등장한 맥주 플레이버 휠은 1980년대 중반 와인 아로마 휠(Wine Aroma Wheel)의 개발로 이어졌다. 와인 아로마 휠을 개발한 캘리포니아大 앤 노블 교수는 와인의 특징을 좀더 섬세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나파벨리나 프랑스 보르도 등 와인 명산지에서 테이스팅 시연회를 할 때, 와인의 맛을 보다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 자극을 받아 커피 아로마 휠은 1995년 개발됐다.   사람들이 커피를 맛보고 떠오르는 느낌을 적으면, SCAA와 캘리포니아大 연구원들이 단어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정리하는 방식으로 3년에 걸쳐 만들어냈다. SCAA 커피과학분야 담당자인 엠마 세이지(Emma Sage)는 “업계를 위해 보다 실용적인 도구가 필요하다”며, “커피를 맛볼 때 벽에 걸려있는 플레이버 휠 포스터를 보고 재빨리 맛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캔자스大 감각/소비자행동연구 과학자인 에드가 챔버(Edgar Chambers)는 “플레이버(맛)은 다차원적인 것”이라며, 플레이버 휠을 넘어 ‘플레이버 트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챔버스와 캔자스大 팀원들은 13개국에서 105개의 커피를 맛 봤으며, 트리에 사용될 수 있는 단어들을 도출/분석해 재정리했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플레이버 트리는 110개 단어로 향미를 표현할 수 있는데, 기존의 다른 플레이버 휠이 60개만 가능한 것에 비하면 크게 발전된 수치이다. 챔버는 플레이버의 미래가 다차원적이고 가상적이라고 믿고 있다. 플레이버 트리를 이용하는 유저들은 한 단어를 클릭했을 때, 이와 연관된 단어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한다. *출처 : One Man's Quest To Reinvent The Wheel — The Flavor Wheel, That Is

17.01.18

SCAA, 새로운 커피 플레이버 휠 발표

지난 20일 SCAA에서 그동안 사용되어온 커피 테이스터스 플레이버 휠에서 한층 발전된 새로운 버전의 커피 테이스터스 플레이버 휠을 발표했다. 이번 플레이버 휠은 그동안 넓은 범주로만 구성되어 있던 향미구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두개로 나뉘어 있던 휠을 하나로 통합했다. 20년 전 테드링글(Ted Lingle)이 와인 플레이버 휠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작한 이 커피 플레이버 휠은 지금까지도 커피 향미의 표준 언어로 활발히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커피의 향미가 과학이 발전할수록 더욱 많이 발견됨에 따라 플레이버 휠의 개선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여기에 카운터 컬처 커피(Counter Culter Coffee)에서 먼저 2014년 자체적으로 개발한 커피 플레이버 휠을 내놓았다. 사용자가 편리하도록 항목을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무료로 오픈해 원하는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인 업데이트 계획까지 전했다. 그래서 커피TV에서는 이런 플레이버 휠의 효용성을 분석하고 새로 나온 플레이버 휠이 이전의 버전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지, 현재 커피 시장에 얼마나 적합한지 한국커피문화진흥원 안중혁 원장의 자문으로 본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을 실은 기사는 내일(1/22) 게재된다. *Image source: SCAA

16.01.21

커피, 와인, 맥주의우디 향미 어떠세요?

아래는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영순 회장(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의 커피향미에 대한 글입니다. 다양한 커피향미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비평은 커피뉴스 사이트 커피데일리에서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번 '커피의 감자 향미는 좋은 것? 나쁜 것?' 기사에 이어 오늘은 커피, 와인, 맥주의 우디 향미는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합니다. 커피의 향미를 묘사할 때 ‘우디(Woody)하다’는 외마디 표현은 오해를 사기 쉬우니 조심할 일입니다. 적지 않은 국내 책들이 ‘우디’를 커피 향미의 대표적 결점(Defect)으로 단정한 탓입니다. ‘나무냄새’ ‘나무 뉘앙스’ ‘나무와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게 정말 우리의 기분을 나쁘게 할까요? ‘우디’를 “커피 생두(Green bean)나 원두(Roasted bean)를 오래 보관하는 바람에 생기는 결점”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필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연유로 ‘우디하다’가 부정적인 묘사로 틀 지워진 것일까요? 아무래도 와인의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한 잔에 담기는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들이 향미를 표현하는 방식들은 대부분 와인에서 빌려왔습니다. 커피아로마키트 ‘르네뒤카페(Le Nez Du Cafe)’를 구성하는 36개의 샘플들도 모두 와인아로마키트에서 골라낸 것입니다. 향미 표현과 관련해 ‘와인은 커피의 어머니이다’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지요. 와인에서 ‘우디’는 향미의 결점을 지적하는 표현임에 틀림없습니다. 와인을 마실 때 관능적으로 기분이 좋은 나무 계통의 느낌이 들면 ‘오키(Oaky)하다’고 합니다. 포도즙이 오크통에서 숙성될 때 갖게 되는 향미입니다. 안쪽 면을 적절하게 불로 그을린 오크는 숙성과정에서 포도가 과일로서 지닌 성질들과 어우러지면서 토스티(Toasty)한 뉘앙스와 바닐라 향미(vanillin flavor)를 와인에 부여합니다. 그러나 포도즙이 애초 강건하지 못한데다 오크마저 생나무로서의 특성이 지나치면 와인의 면모를 압도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오크의 느낌이 과도하다’고 표현합니다. 이것이 바로 와인에서 말하는 ‘우디’입니다. 세계적 와인평론가인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와인에서 지나치게 오크의 느낌이 강할 때 우디하다고 말한다(When a wine is overly oaky it is said to be woody)”고 했습니다. 맥주에 대한 향미 평가에서도 ‘Woody’가 등장합니다. 생맥주(Draught beer)에서 우디는 ‘있어서는 안 될 결점’이라는 점에 이론이 없습니다. 맥주를 담았던 통을 깨끗하게 관리하지 않아 방선균(Actinomycetes)이 기생하면서 발생하는 이취(Nasty smell)임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크숙성 맥주가 널리 퍼지면서 우디의 쓰임이 달라졌습니다. 맥주를 담아 숙성한 통의 내부가 적당하게 불에 그슬린 것이라면 캐러멜, 스카치 캔디(Butterscotch), 아몬드, 구운 빵(Toasted bread)의 향미가 느껴집니다. 이럴 때 그 맥주의 맛이 우디하다고도 합니다. 만약 통의 내부를 진하게 그을렸거나 버번(Bourbon) 위스키를 담았던 것이라면 커피-초콜릿-카카오의 느낌이 드는데, ‘맥주에서 우디한 숙성향이 난다’고 해도 멋진 표현입니다. 새로 만든 싱싱한(?) 통에서 숙성한 맥주에서는 흔히 ‘그린(Green)’이라고 해서 풀이나 야생 식물의 진한 향이 풍기기도 합니다. 이 향은 홉(Hop)에서 비롯되는 생동감과는 또 다른 활달함인데, “새 오크통에서 빚어진 우디함이 인상적이다”고 묘사해도 좋습니다. 맥주의 향미에서 거론되는 우디에 대해 이 처럼 보충 설명이 뒤따르게 된다면 애호가들의 즐거움은 분명 배가 됩니다. 찻잎을 발효 도중에 덕어 만드는 우롱차(Oolong Tea)에게 단향-꽃향과 어우러지면서 물에 비치듯 은은하게 느껴지는 우디(Slightly woody flavor)는 고급스러움을 보증하는 관능적 지표이기도 합니다. 시가(Cigar)에서 우디의 향미적 속성은 담뱃잎을 담아 숙성하는 통의 재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오키(Oaky), 스모키(Smoky)를 사용하는 화법이 와인의 향미 묘사법을 닮았습니다. 위 사진은 커피씨앗을 땅에 심은 뒤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의 모습입니다. 파치먼트에서 실뿌리를 내어 자란 모습이 마치 나무와 같은 질감을 풍깁니다. 커피에서 우디함이 느껴진다는 것은 어쩌면 커피에게는 숙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 향미의 묘사에서 ‘우디’를 사용할 때, 맥주의 우디처럼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게 향미를 만끽하는데 유익할 성 싶습니다. 커피에서 삼림욕을 하는 것과 같은 신선함과 화한 느낌이 나고, 히노끼(편백나무)로 둘러싸인 찜질방의 ‘산소방’ 같은 데에서 나는 화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이 든다면 우디라고 해도 좋습니다. 이어서 “그것은 긍정적인 향미로서 시더(Cedar), 향나무로 만든 연필을 깎는 향, 깨끗하게 말린 삼나무를 갓 베어낸 듯한 신선하고도 따스한 기운인 듯하다”는 설명을 붙인다면 더욱 친절한 묘사가 되겠지요. 가끔 참나무바베큐 냄새가 느껴진다면서 우디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커피로스팅 과정에서 얻게 되는 ‘스모크(Smoke)’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습니다. 젖은 채 오래 방치된 장작이나 낡은 나무창고에서 풍기는 냄새가 난다며 우디하다고 말하는 것도 권할 게 못 됩니다. 이런 느낌을 주는 커피는 생두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오염됐거나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커피로서, ‘곰팡이내(Moldy, Musty)가 난다’며 결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향미가 좋지 않은 커피에 따라붙는 ‘우디함’은 대부분 ‘스테일(Stale)’을 뜻합니다. 오래 묵어 퀴퀴한 냄새가 나거나,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휘발성 향기성분이 거의 날아가 볼륨감이 느껴지지 않는 평평한 맛(flat)의 매력이 모자란 커피를 지적할 때 우디하다고 하면 좋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 “마른종이(Papery), 마분지(Cardboard), 이쑤시개(Wooden pick)를 씹을 때의 느낌이 든다”고 자세히 느낌을 서술한다면 더욱 생생하게 감성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커피에서 ‘우디’는 기미조차 없어야 할 ‘천형(Divine punishment)’과 같은 게 아닙니다. 오크와 시더와 같은 느낌은 많은 커피들이 갖고 싶어하는 매력 포인트입니다. [글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협회장, 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15.08.12

커피의 감자 향미는 좋은 것? 나쁜 것?

아래는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영순 회장(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의 커피향미에 대한 글입니다. 다양한 커피향미에 대한 정보와 그에 대한 비평은 커피뉴스 사이트 커피데일리에서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내용 중 일상적인 식재료 '감자'와 관련된 재미있는 주제가 있어 소개합니다. 커피에서 감자 향미가 감지될 땐 품질평가에 더욱 신중을 기할 일입니다. 감자의 느낌이 든다고 무작정 흙이 묻은 생감자의 아린 껍질을 떠올리며 ‘결점(Defect)’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삶고(Boiling) 굽고(Baking) 볶고(Roasting) 튀긴(Frying) 감자를 먹을 때, 과연 우리는 그 맛이 싫다면서 얼굴을 찡그리나요? 그런데 왜 유독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감자의 느낌이 든다”는 말이 나오면 약속이나 한 듯 혀를 차는 것일까요? 심지어 커피아로마키트 ‘르네뒤카페(Le Nez Du Cafe)’에 들어 있는 2번 병(Potato)의 향을 맡게 하고는 “이런 냄새가 나면 결점이 있는 커피다”고 가르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감자에게 이런 푸대접은 억울합니다. ‘르네뒤카페’를 만든 프랑스의 장 르누아르(Jean Lenoir)가 2번 병에 담은 물질은 ‘메티오날(Methional)’입니다. 감자를 삶을 때 나는 향의 원인이 되는 물질입니다. 커피를 볶을 때 삶은 감자의 느낌이 드는 것은 메티오날이 생성됐기 때문입니다. 황(S) 분자를 함유하는 메티오날은 흙(Earthy), 유황(Sulphury) 등과 같은 향기 그룹(Aroma group)에 속합니다. 농도가 너무 진하면 자극적이고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르네뒤카페의 2번 병은 관능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이 향은 다른 향들과 어우러지면서 매력적이고 매혹적인 느낌을 자아낸다(It is enticing, striking even when it combines with others).”고 장 르누아르는 묘사했습니다.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는 감자향을 생두가 자라는 동안 효소작용에 의해 생성(Enzymatic)되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꽃향기(Flowery)-과일향기(Fruity)-풀향기(Herbal)와 같은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에스테르(Ester)와 알데히드(Aldehyde) 물질들이 효소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감자향은 풀향기에 속합니다. 이처럼 품질이 좋은 원두를 분쇄할 때 나오는 신선한 향을 묘사하는데 활용하는 감자향을 ‘디펙트(결점)’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입니다. 장 르누아르는 삶은 감자의 긍정적인 부분을 향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SCAA는 감자가 지닌 향미 중에서 완두(Garden peas)나 오이(Cucumber)가 주는 식물체의 신선한 면모를 감자향을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음을 알려줬습니다. 이런 배경을 알아야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 과정을 공부하는 데 감자향에 대한 혼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Potato는 커피 향미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다”거나 “감자향은 풀내, 잔디 깎는 냄새 등 부정적인 허비(Herby)와 같은 감각이며 일본에서는 중대한 결점으로 취급한다”는 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추정컨대, SCAA가 커피 향미의 결점만을 모아 만든 ‘커피테이스터를 위한 향미환(Coffee Taster's Flavor Wheel)’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향미환에는 ‘생감자(Raw Potato)’가 명기돼 있는데, 생두나 원두의 지방성분이 오래 보관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유기물질이나 냄새성분을 흡착하는 바람에 생기는 불쾌한 향인 것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커피 생두나 원두가 적정 기간을 넘기거나 보관이 잘못되면 이런 흡착 현상으로 인해 버섯이나 생감자, 콩내(Erpsig;엡시히;독일어)와 같은 땅의 느낌(Groundy), 젖은 토양(Wet soil)이나 부식토(Humus) 같은 흙내(Earthy), 먼지나 외양간(Barny) 냄새와 같은 탁한 인상을 줍니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품종으로 빚은 백포도주에서 간혹 감지되는 디펙트가 생감자향이기도 합니다. 포도알이 익을 때 잎을 잘 따주지 않아 햇볕을 덜 받게 될 경우 풀내 또는 피망의 자극적인 냄새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원인이 되는 물질은 생감자에 존재하기도 하는 메톡시피라진(Methoxypyrazines)입니다. 이 물질로 인해 잔디냄새, 풀내, 생감자향이 같은 계통으로 묶이게 되고 미묘한 흙냄새를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커피를 마시고 품질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에서 감자향을 묘사에 사용하려면 보충설명을 하는 것이 친절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관능적으로 풀내나 아린 맛, 헛간의 흙냄새, 삶은 감자의 껍질을 씹는 듯한 불쾌함을 주었다면 그것은 메톡시피라진의 농도가 진한 데 따른 디펙트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싱싱한 오이를 잘랐을 때 발산되는 신선함과 같은 느낌이라거나 삶은 감자의 부드러우면서도 도타운 복합미가 떠올랐다면 좋은 커피의 지표로서 칭찬을 해주어도 좋겠습니다. [글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협회장, 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1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