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의 매력에 빠진 하루_ SCAJ 2016 체험기
지난 7월 진행한 SCAJ 체험 및 도쿄 카페탐방 이벤트에서 1등을 수상, 도쿄로 날아간 홍석만씨가 지난 주말 SCAJ 현장을 꼼꼼히 살펴본 체험기를 보내왔습니다. 일본 현지인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서로 공유하고 전파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고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 더 공부하고 노력할 계기를 얻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생생한 화보와 함께 들려드립니다.
가는 길, 입구
일본에 도착해 나름의 쇼핑과 새롭게 개장한 블루보틀을 들리며 하루를 묵었다. 여유로운 금요일 오전 ‘SCAJ 2016’으로 향하는 일정이 시작됐다. 머무르던 시나가와를 떠나 신바시에서 레인보우브릿지를 지나가는 유리카모메라인을 타고 도쿄 빅사이트에 도착했다.
빅사이트는 매우 웅장한 건축물이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행사, 박람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장에 도착하자 기대와 달리 매우 소박함에 놀라기는 했다. 최근 4~5년 동안 카페쇼와 그 외 커피박람회뿐 아니라 디자인 페어 등을 보러 많이 들렀던 코엑스, 일산킨텍스 같은 전시장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였다.
‘SCAJ2016 / The Biggest Specialty Coffee Event in Asia’라는 전시 홈페이지의 문구만큼 무언가 확 느껴지는 외적인 웅장함은 없었다. 단 한층 단 한 개의 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입구 옆 조그마한 티켓박스가 먼저 눈에 띌 뿐이었다. 사전 등록을 진행해 간단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행사
스페셜티 커피와 관련한 많은 대회가 이루어졌다.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 방문해 많은 행사가 종료되긴 했지만, 가장 관심이 있었던 ‘로스트 마스터스 팀챌린지’가 열리는 날이라 다행이라고 느꼈다. 브루어스컵도 열리고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이용하게 될 도구와 그 특성, 기대 등의 설명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볼거리가 많은 행사이기에 관람을 위한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었던 듯했다.
사실 입구에서부터 느꼈던 매우 특이한 점은 스페셜티 커피가 주제여서 그런지 많은 커피 판매부스와 로스팅 부스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포괄적인 카페에 대한 박람회가 아닌 정말 커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들만의 모임 같았다. 심지어 몇몇 로스팅 부스에서는 즉석에서 커핑을 진행하며 관람객들이 직접 시음을 해보도록 진행됐다. 뜨문뜨문 엄청난 쉭 쉭 소리를 내며 다양한 표정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보여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은 로스트 마스터스 팀챌린지에서도 보였다. 전문 큐 그레이터가 팀이 일구어낸 특별한 커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아닐 수도 있는 관람객들이 직접 옹기종기 모여 커피를 맛보는 것이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많은 사람들이 직접 투표를 하여 1등이 결정되었다.
사실 누가 1등을 하던 즉석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품평을 진행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로스터들에게는 많은 이점이 된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한국에서 진행되는 참여형 행사는 라떼아트배틀 정도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사실 국내 커피 전시, 박람회에는 대부분 새로 출시한 장비를 둘러보거나 약간의 쇼핑을 하러 갔기 때문에 진행되는 행사에 관심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장비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다름아닌 장비분야이다. 최근 여러 커뮤니티에서 잠깐잠깐 리뷰되었던 장비들이 SCAJ에서 많이 보였다. 평소 한국에서 이런 장비를 보았다면 그냥 구경꾼으로 지나치기 일쑤였지만, 정말 천천히 자세히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많은 부스를 지나치며 찾았던 장비는 하리오 전자동 브루잉 머신 스마트7과 ‘월드 드라이스트 스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슬레이어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었다.
나름 하리오의 부스는 멋지게 구성되어 있었고, 부스 메인에는 역시 브루잉, 사이폰 신제품이 나와 있었다. 스마트7 옆에는 브루어스컵에 참가하는 몇몇 사람들의 프로필과 함께, 당일 스마트7을 사용하여 브루잉을 시연하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스마트7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조금씩 엿보면서 나름 기능을 알아서인지 스마트7을 조금 사용해 볼 수 있었다. 손이 나약해서인지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브루잉에 특히 약하고 부끄러울 정도의 실력을 가진 나에게 통제된 조건하에 생성되는 많은 프로파일을 연구하기에 정말 딱 그냥 갖고 싶은 제품이었다.
슬레이어 부스는 단독으로 있지 않아서 좀처럼 잘 보이지 않을 뻔 했으나 워낙 에스프레소 머신부스는 적은편이여서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부스에서 지속적인 시연은 하지 않았으나 슬레이어를 구매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잠깐의 스팀을 보여주기도 했고, 정말 사용해보고 싶었던 몇몇 사람들은 당연한 듯 부스로 들어가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가방을 메고 있던 분을 보며 소심하게 사용허가를 받았다.
부스 설치시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인지 에스프레소가 한쪽 스파웃으로 기울어 떨어진다고 하여 추출은 제쳐두고 기대했던 스팀을 만져보았다. 정말 다른 머신과는 다른가 싶어 뿜어져 나오는 스팀을 만져보니 축축한 듯하다가 그냥 공기 중에서 거의 10초 이내로 마를 정도로 정말 마른 스팀이 나왔다. 스팀레벨도 2단계로 조정할 수 있었다. 평소 에스프레소마끼야또를 즐겨 마시는 나에게 낮은 스팀압력 대비 과포화 수증기량은 매우 민감한 문제였는데, 슬레이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였다.
그 밖에 바로 전날 들렸던 블루보틀에서 사용되고 있는 키스-반-더-웨스턴사의 스피릿 머신과 시모넬리, 라마르 조꼬 등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관심이 가던 분야는 마이크로 로스터들을 위한 소형 로스터기였다. 상세한 프로파일을 실시간으로 저장할 수 있는 로스터기는 사실 핫탑 로스터기를 구매하지 못한 나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아직 로스팅까지의 공부를 하려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욕심이 나는 로스터기가 많이 보였다.
브랜드 부스
많은 브랜드 커피의 부스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인상 깊었던 점은, 전날 바리스타챔비언십이 종료된 이후 우승을 차지한 참가자들이 부스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일반 관람객들에게 웃음을 주며 직접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규모가 작아서 가능했던 것일지 몰라도 정성을 다해 사람들을 대하며 부스를 지키는 모습이 멋있었다.
UCC커피에서는 종합적인 부스가 진행됐는데 얼마 전 SNS에서 앙증맞고 예쁜 모양으로 인기를 끌었던 3D라떼아트와 바로 옆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콜드브루(아이스 브루라고 했다)의 시음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는 일본의 독특한 문화를 표현하고 있는 사이폰 부스에서 광택있는 진보라색 기모노를 입은 분께서 사이폰 시연을 하고 계셨으나 막상 촬영하러 갔을 때 자리를 비우셔서 아쉬웠다. 대신 본막에서 멋진 사이폰 추출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끝으로 약간의 액세서리를 구경하고자 로스트 마스터스 팀챌린지의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바쁘게 움직여 보았지만 충동적인 구매욕을 불러일으킬만한 액세서리는 많이 없었다.
이번 SCAJ 2016을 보면서 정말 다름을 느꼈다. 몇 년간 계속 반복되는 비슷한 국내 행사만 둘러보아서인지, 주제가 스페셜티여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참가자도 관람객도 모두 커피에 관한 많은 관심과 노력을 서로 공유하고 전파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 신기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여 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은 정말 충격이었고, 요즘 에스프레소 블렌딩을 위해 나름 커핑을 하고 있었던 나에게 많은 경험과 지표가 될 수 있었다. 이번을 계기로 조금 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을 찾아가며 블렌딩 실력을 늘리도록 노력하고 더욱이 스페셜티의 진득한 매력에 빠져 스페셜티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