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숙성생두로 내린 커피 카페 드람브르
전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있는 일본 커피문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킷사텐(喫茶店)이다. 킷사텐은 일본 다이쇼•쇼와(1912~1989)풍의 인테리어와 바(bar)를 가진 카페로, 에스프레소 커피메뉴 대신 브루잉 커피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킷사텐 카페 중 유명한 곳으로는 ‘카페 바하’와 ‘카페 드람브르’가 있다. 이중 커피TV 미디어파트너인 'Perfect Daily Grind' 싱가포르 특파원 Christine.S(이하 ‘나’)가 방문한 ‘카페 드람브르’는 오랜시간 에이징한 생두를 통해 자신만의 커피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장 도쿄로 날아갈 수 없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카페 드람브르(Cafe De L'Ambre)'를 방문하다
내가 일본을 여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한 친구가 ‘내가 알고 믿었던 커피에 대한 모든 사실을 뒤엎을’ 카페가 있음을 말해줬다. 참으로 대담한 표현이었다. 그때를 회상해보니 그 말을 듣고 의심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떡거리며 웃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들이 사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카페 드람브르'는 내가 배우고, 알고, 믿고, 느끼는 모든 커피와 커피 비즈니스의 지식을 반문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우며, 경외심을 가지게 하고, 생각을 가다듬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곳이 인생을 바꿔준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시간을 되돌리는 카페
카페 드람브르는 21세기 첨단문물로 가득 찬 긴자의 심장부에 있지만, 골목에 자리잡고있어 찾아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마치 나니아(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의 문을 찾으러 다니는 느낌이었다. 힘들게 찾은 카페의 문에는 ‘coffee only’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카페를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고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생각들이 고객의 니즈를 바탕으로 한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다소 가혹한 진실을 말하자면 시장 분위기가 나의 직업 영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케이크나 토스트, 에그 베네딕트를 팔지 않는 카페는 자살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장되어 말했지만, 이것이 내가 믿었던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누군가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준비하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카페는 다른 메뉴는 전혀 없이(심지어는 라떼도 없이) 오로지 핸드드립 커피만을 판매하고 있다. 나의 내면 속 사업가는 짜증을 느꼈지만, 또 다른 내면 속의 장인은 조용히 자랑스럽게 환호하고 있었다.
커피 바
입구에 선 나는 정교한 브루잉 바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 그렸다. 내가 그린 브루잉 바에는 6가지 케멕스 제품이 아카이아 저울 위에 컬러 매칭된 상태로 놓여있고, 콜드 브루 기구들은 이 매장에 맞춤인 것처럼 진열된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 앞에 나타난 풍경은 그저 단순하고 굽은 목재로 만든 바로, 커피가 가득한 병과, 카운터 뒤쪽에 흩어진 조그만 골동품이 전부였다.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이유로 도구들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 모든 것이 마치 산업혁명 때 만들어진 것 같았다. 1948년도에 만들어진 그라인더는 텔레비전만큼 컸다. 냉장고도 전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를 얼음조각으로 채워 냉장하는 방식이었다. 한마디로 카페 내의 어떤 도구도 파이렉스나 크롬, 유기농 대나무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원두 & 브루잉 방식
우치다 상이 나에게 왔을 때 나는 추천메뉴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7년된 커피로 만든 하우스 블렌드를 추천했다. 맞다, 제대로 읽었다. 하우스블렌드 커피는 7년 묵은 생두를 사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바리스타로서, 나는 그 어떤 커피도 21일이 지나면 버리라고 배웠다. 초등학교 1학년과 같은 나이만큼 오래 숙성시킨 생두로 만든 커피가 어떻게 좋은 맛을 낼지 가늠이 안됐다. 그제서야 카페의 메뉴를 자세히 보았다. 10년, 12년, 21년 그리고 23년 묵은 생두로 만든 커피. 나는 잠시 호흡이 가빠졌다. 이것은 말도 안된다.
여기서부터는 더 괴짜스러웠다. 원두의 로스팅 수준을 물어보자, 그는 나에게 원두가 가득 담긴 작은 플라스틱 병을 내주었다. 모두 다크했다. 그냥 다크 로스팅 된 것이 아니라, 매우매우 다크했다. 새벽 3시에 깨어있는 내 정신도 이 원두만큼 짙지는 않을테다. 그리고 난 브루잉 방식에 대해 물었다. 우치다상은 4m정도 거리에 떨어져 서 있는 그의 동료를 손가락을 가르켰다. 그는 ‘무지 뜨겁게 끓고 있는 물이 담긴 냄비’를 ‘양말’에 붓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한줄로 요약해보자. 나는 7년 묵은 생두를 매우 다크하게 로스팅한 커피를 낡은 양말(융필터)에 끓는 물을 부어 브루잉한 커피를 맛볼 예정이다. 이것은 내가 배웠던 브루잉 그 모든 것에 거역하는 것이었다. 잘 브루잉된 커피는 라이트 로스팅된 원두여야 하고, 물 온도는 (결코 끓는 물이 아닌) 잘 맞춰진, 의도된 온도여야 하고, 항상 새롭고 첨단 기술이 반영된 브루잉 도구 및 장비를 쓰는 것이 좋다. 방금 말한 이 요소들은 다 집어치워버리면 좋은 커피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내 말이 맞나?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니었다. 틀렸다.
카페 드람브르의 커피
내가 마신 이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말로는 설명을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맛은 너무나 분명하고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맛있어서 나는 그 커피를 말없이 빤히 쳐다보았다. 누구라도 단번에 침묵하게 만들어줄 만큼 너무나도 맛있는 커피였다. 우치다 상은 구석에서 이미 다 안다는 듯이 나를 향해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천 명의 고객들에게서 똑같은 반응들을 보았을테고, 내가 놀라는 것을 매우 즐겼을 것이다.
두번째 잔으로는 나에게 익숙한 커피(예가체프 피베리, 20년산)와 메뉴에서 가장 외국스럽게 보이는 커피(카르모시모사카 부르봉, 21년산)를 재미로 마셔 보기로 결정했다. 이 두 가지 커피 모두 나와 나이가 거의 비슷했다. 두 가지 커피가 지닌 공통점은 믿을 수 없는 맛의 깊이와 단호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산미였다. 오히려 더 부드럽고 더 라운드했다. 끝 맛도 커피의 바디감을 포함하지 않고도 대단히 깨끗했다. 완벽한 밸런스의 커피였다; 우리가 선호하는 커피의 모든 요소들이 믿을 수 없을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또한 나는 ‘워터-드립 커피’도 주문했는데, 이것은 하우스 콜드 드립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로 맛있었다. 마치 초콜릿을 마시는 느낌이었다가, 누군가가 내 입 천장에 건포도 향을 뿌린 것 같았다.
백발의 로스터
우치다 상은 커피에 대한 나의 지나친 열정을 보고 오락프로를 본 듯이 웃었다. “로스터를 만나고 싶나?"라는 우치다 상의 질문에 나는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카페 전면 코너에 앉아있던 나이 많은 남자를 손으로 지목했는데, 그 남자는 큰 파이프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저 분이 로스터야, 세키구치 선생님. 올해 102살이지.”
또 한번 숨막히게 놀랐다.
이치로 세키구치는 이 가게의 오너였고, 이 가게가 오픈한 순간부터 여기서 로스팅하고 커피를 만들어왔다.(그의 경력은 68년이다)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했던 그의 관심은 1929년도부터 시작됐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 세키구치는 한창 붐이 일어났던 영화상영업에서 몸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에게 자기만의 카페를 열어보라는 고객들의 권유로 바뀌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만든 커피가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동의한다.) 세키구치는 1948년도 긴자에서 그의 첫 가게인 ‘알칼로이드 베버리지 인스티튜트’라고 이름을 지었다. 종전 직후에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탕과 다른 필수품들을 지속적으로 공급 받는 것은 세키구치를 계속 어려움에 놓이게 했다. 그래도 그는 이런 문제를 감당했고, 20년 가까이 그 카페를 운영하다가 지금의 자리로 이사해 카페 드람브르를 설립했다. 그 이후로 카페의 장식과 브루잉 방식은 오늘날까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카페 드람브르'의 감동
나는 깨우침과 겸손함을 느끼며 카페를 떠났다. 이를 통해 내가 커피와 카페 비즈니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의 늪에 빠져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카페 드람브르는 커피를 파는 카페에서 필요한건 맛있는 커피이며, 결코 화려한 도구나 최신 장비, 스페셜 브런치가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줬다. 몇 십 년간 정제되면서 완벽해진 상품이 있으면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카페 드람브르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는 장인정신에 헌신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거로 돌아간 이 여행은 내가 커피와 그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사고를 갖게 해주었다.
**Source : www.perfectdailygrind.com/2016/02/cafe-de-lambre-where-green-beans-have-been-aged-for-23-years/Café De L’Ambre: Where Green Beans Have Been Aged for 23 Y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