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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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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 커피를 사랑한 스파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제임스 본드가 즐겨 마시는 음료가 마티니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커피 매니아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영국인이자 영국 정보기관인 MI6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가 제일 선호하는 음료가 홍차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영화 ‘골드핑거’에서 본드가 차에 대한 생각을 다른 등장인물에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차를 마시지 않아요. 진흙 맛이 나는 차를 증오하죠. 게다가 그건 대영제국 몰락의 주요 원인들 중 하나죠.” 1961년 작 ‘썬더볼’의 시작장면에서 MI6 국장 M은 제임스 본드를 정기 건강검진을 위해 슈러블랜즈 진료소로 보내는데, 그곳에서 본드는 마사지, 좌욕 등 다양한 치료 외에도 아주 엄격한 다이어트를 하게된다.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아침엔 오렌지, 야채 수프와 차 몇 잔을 먹는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2주간의 감금생활에도 불구하고 차에 대한 본드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임스 본드’ 소설 원작자인 이안 플레밍은 다음과 같이 썼다. “본드는 밋밋하면서도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아편과 같은 차를 차를 혐오했다.” 슈러블랜즈의 감금생활을 제외하면 본드가 차를 마신 것은 일본 임무 수행 기간이 유일하고, 대부분의 다른 경우에서는 항상 블랙커피를 즐겨 마셨다. 일본 이외의 해외 작전때도 커피를 즐겨마셨다. 프랑스에서는 스크램블에그와 진한 커피를, 미국에서는 에스프레소를, 아일랜드 새넌공항에서는 스테이크와 샴페인와 함께 아이리쉬 커피를, 사라토가에서 점심식사 때 아이스커피 등을 마셨다. ‘007 위기일발(원제 : From Russia With Love)’ 중 본드가 런던에서 즐겨 먹은 음식은 삶은 달걀, 저지 버터와 딸기 잼, 마말레이드 혹은 꿀을 바른 통밀 토스트였는데, 음료로는 케멕스로 브루잉한 ‘아주 진한’ 커피 2잔을 곁들였다. 같은 소설 속 다른 장면에서는 이스탄불의 현지 비밀경찰부장이 본드에게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플레인 커피? 아니면 달콤한 커피? 터키에서 진지한 대화를 하려면 커피나 라키(증류주) 를 마셔야되는데, 라키를 마시기엔 시간이 일러서 말이야” 참고로 이 대화는 아침식사 직후에 일어났다. 예상대로 본드는 플레인 커피를 달라고 한다. 같은 영화에서는 본드(션 코너리)가 커피를 주문할 때 중간 정도 달콤한 커피를 주문하는 장면은 007 영화 중에서 본드가 커피를 마시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플레밍은 본드가 커피를 살 때 뉴 옥스포드 거리에 있는 ‘De Bry’를 찾는다고 적었는데, 007을 따라하고싶은 사람에게는 안타깝게도 오래 전에 가게 문을 닫았다. ‘De Bry’가 없더라도 본드의 커피 취향을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플레밍의 두 번째 책 ‘죽느냐 사느냐(원제 : Live And Let Die)’에서 본드는 자메이카의 한 섬에 등장한다. 소설에서 본드가 스크램블에그, 베이컨, 열대과일 등으로 아침식사를 할 때 블루마운틴 커피가 함께 등장하는데, 이안 플레밍은 본드의 입을 빌려 블루 마운틴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플레밍은 런던의 추운 겨울을 피하기위해 자메이카 섬 북쪽 해안에 집을 짓고 매년 2개월씩 지내면서 ‘제임스 본드’ 책을 썼는데, 그 기간 플레밍은 블루마운틴 커피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임스 본드는 왜 커피를 좋아할까? 제임스 본드의 성격이나 행동들이 원작자로부터 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본드가 차를 혐오하는 것도 플레밍으로부터 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차를 맛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첫 작품이 나온 1950년은 물론 현재까지도 확실한 사실이다. 어쩌면 어머니가 스위스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차를 싫어하는 취향을 물려받았을 수도 있지만, 원작자가 사망한 이상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게될지도 모른다.

1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