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의 블렌드 레시피가 궁금하세요?
책으로 읽는 커피 _ <발자크의 식탁>과 <씨앗의 승리>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가을의 향취가 더 짙어지고 있는 오늘은 책 이야기로 아침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더욱 가까이 하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먼저 발자크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커피를 사랑한 대표적인 작가로 어디서나 소개되고 있는 발자크는 하루에도 수십잔을 마셨다고 하지요. 단순히 많이 마시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공수한 원두로 블렌드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끓여 마시던 커피를 최신 유행하던 드립방식의 커피 메이커로 내려마시는 ‘바리스타’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한 사람입니다.
공쿠크를 상을 수상하기도 한 앙카 멀스타인이 발자크의 소설 속 음식묘사에 대해 쓴 책 <발자크의 식탁>은 발자크가 살던 시대 파리의 음식 문화의 변화를 자세히 다룹니다. 물론 커피도 그의 작품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자크는 글을 빨리 썼는데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방문을 닫아걸고 풍부한 상상력이 채찍질하는 대로 하루 18시간씩 글을 썼다는 군요. 그렇게 2달쯤 지나면 인쇄업자는 <고리오 영감>이나 <잃어버린 환상> 같은 작품의 초고를 받을 수 있었죠. 창작 기간 내내 발자크는 물과 커피만 마셨고 과일로 연명했다고 합니다. 발자크의 친구들은 발자크가 질 좋은 커피를 구하기 위해 파리 시내를 샅샅이 뒤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는 커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의 문학적 천재성에 견줄 만한 섬세하고 천부적인 솜씨로 커피를 내릴 수 있었다. 그는 부르봉과 마르티니크, 모카까지 세 가지 원두를 사용해 커피를 내렸다. 부르봉은 몽블랑 가에서, 모카는 생 제르맹 근교의 위니베르시테 가에서 샀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한나절을 꼬박 투자해야 하는 원정이었다.” 또한 발자크는 자신이 직접 고안한 커피의 배합을 무척 좋아해, 커피가 형편없는 시골에 머물 때면 직접 커피를 준비해 가거나 성으로 특별히 주문하기도 했다는군요. 발자크는 파리를 벗어나면 커피를 우려내지도 필터로 거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격분한 나머지 그의 소설 여러 편에서 커피를 끓여 마시는 습관을 개탄하기도 했는데요. 예를 들어 발자크는 그의 미완성 소설 <농민들>에서 파리에서 125마일 떨어진 작은 마을인 술랑쥬를 묘사할 때 “여관 주인인 속까르는 커다란 갈색 냄비에 커피를 끓였다. 파우더와 치커리 섞은 것을 커피에 뿌리고 바닥에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도기 컵에 커피를 담아서,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 종업원도 부러워할 법한 뻔뻔한 태도로 손님에게 내놓았다”고 썼습니다. 한밤중에 글을 쓸 때면 발자크는 2개의 용기가 필터로 구분된 샤프탈식 커피메이커로 직접 커피를 내렸다고 하는데요. 벨로이(Belloy)가 개발한 커피 포트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 <외제나 그랑데>에 나오는 샤를 그랑데가 사촌누이 외제니에게 이를 극찬하고 있는데, 필터를 이용해 아주 진한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알렉상드르 뒤마의 말에 따르면 커피를 마신 후에 바짝 긴장하게 되고 흥분한 상태가 되어 발자크가 즐겼다고 합니다. 발자크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묘사하거나 사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계급과 재산의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소설에 음식을 사용한 최초의 작가였습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때, 레스토랑이 처음으로 프랑스에 등장했을 때, 발자크는 펜을 들어 격동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프랑스인의 모습을 하나씩 그려냈습니다. 굳이 커피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음식들의 향연과 인물을 음식에 빗대어 표현하는 그의 이야기를 느긋하게 즐기다보면 주말이 훌쩍 지나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앞에서 언급했던 발자크식 블렌딩에 들어갔던 마르티니크를 기억하시나요. 마르티니크는 가브리엘-마티유 드 클리유라는 프랑스 해군 장교가 자신이 대농장을 소유하고 있던 서인도제도이 섬 이름입니다. 런던과 비엔나 등 18세기 당시 유럽에서 커피는 카페와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일상적인 식품으로 자리잡았던 시절입니다. 그 경제성에 주목했던 드 클리유는 파리 왕립식물원에서 구한 어리 커피나무 한 그루를 대서양의 거친 항해 속에서도 이 섬으로 가져왔고, 이는 네델란드의 독점을 깨는 한편 자신도 수익을 거두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드 클리유는 부근의 대농장에 열매와 꺾꽂이용 가지를 나눠주었고 이후 몇 십년만에 마르티니크 섬은 생산성이 좋은 2천만 그루의 티피카종 커피나무를 자랑하게 됩니다. 보존 생물학자인 소어 핸슨이 쓴 <씨앗의 승리>는 종자식물이 어떻게 식물세계를 정복하고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왔는지 이야기하는 과학책이지만, 이같은 풍부한 주변의 이야기와 역사로 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씨앗이 없었다면 빵도 쌀도, 출근길에 마시는 커피도 없었을 것입니다. 현재 종자식물은 우리 식물군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커피 콩은 그 중 더할 수 없는 달콤함을 선사한 식물인 셈입니다. 커피 콩의 핵심은 카페인으로 통합니다. 본문에 따르면 커피나무는 가장 취약한 조직에서만 카페인을 제조하고 이후 이것을 열매로 옮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곤충과 달팽이를 쫓아내게 됩니다. 씨앗은 카페인을 받아들이는 한편 자체적으로도 더 생산해 아주 강한 내성을 지닌 공격자 말고는 거의 모든 공격자를 퇴치할 수 있을 정도 농도의 카페인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더 성장하게 되면 카페인은 부근 떵속으로 퍼져 나가는데 부근의 다른 식물 뿌리들의 성장을 억제하며 자기 구역이라고 선언하게 됩니다. 하지만 꽃에 남아있는 소량의 카페인을 맛본 곤충들은 우리가 커피가게를 기웃거리듯 다시 찾게 돼 성공적인 수분도 달성하게 합니다. 커피나무의 고도의 전략인 셈입니다. 커피가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음료라는 찬사는 사실 맥주의 덕택을 많이 본 것같습니다. 커피가 정착되기 시작한 17세기까지도 유럽 북부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은 연간 156리터에서 무려 700리터에 이르렀으며 평균 300 내지 400리터엿다고 합니다. 현대의 경우 미국인은 매년 78리터 정도, 영국인은 74리터, 독일니도 겨우 107리터를 마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술에 약간 취해 있는 한경에서 커피는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멋진 음료’로 도입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커피 콩에는 카페인 외에도 최소한 800개의 다른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인간의 음식 가운데 화학적으로 가장 복잡한 식품을 매일 마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의 천연 디카페인 식물을 얻으려는 노력, 시애틀 커피 산업계의 인물들이 생각하는 커피까지 풍부한 상식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아울러 현대 음식의 주요 일원으로 참여한 여러 종자식물들에 대한 풍부한 과학 상식도 곁들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도 있습니다. 힘겨웠던 시간을 커피 한 잔으로 달래는 당신의 손과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당신 손, 모두가 아름다운 주말 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