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는 왜 남성만 우승하는가?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는 대회가 시작된 이후로 단 한번도 여성 우승자가 탄생한 적이 없다. 한국 국가대표 역시 류연주 바리스타를 제외하고는 매년 남성 바리스타들이 차지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프랜차이즈와 스페셜티 카페를 통틀어 전체 바리스타의 성비를 비교해보면 여성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실제 산업에서 여성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적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양상인데, 더치커피를 전문으로 다루는 바리스타 세리안느 뷰리(Cerianne Bury)가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여성이 커피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하나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여성 바리스타들이 경쟁에서 두드러지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 분석한 결과를 정리한 글이었다. 'Sprudge'에서는 이 글을 읽은 후, 그녀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뷰리는 생두회사의 품질 관리사이며, 제이콥스 두웨 에그베르트(Jacobs Douwe Egberts)와 커피컴퍼니(Coffee Company)에서 일한 경력을 지닌 바리스타다. 그녀는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더치 라떼 아트 챔피언십 2013’에서 2위를 차지했었고, 2014~5년에는 더치 바리스타 챔피언십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또한, 그녀가 훈련시킨 남,녀 바리스타들이 각각 ‘더치 라떼 아트 챔피언십’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는 어떻게 이런 문제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는지, 15년간 바리스타로 일하며 실제 자신이 경험한 것인지 궁금했다.
WBC는 2000년도에 시작한 이후로 단 한번도 여성에게 트로피를 내주지 않았다. 심지어 본선에 참가한 여성의 비율도 항상 25% 이하였다. 이 사실은 우승자들에게 명예, 영향, 더 나은 임금, 높은 직위를 보장하기에 더욱 논의의 필요성 느꼈다. 여기에 덧붙일만한 주장이 있는가?
우승자인 '제임스 호프만', '콜린 하몬', '매튜 퍼거', '팀 윈들보'를 비롯해, 3년 연속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던 영국의 '맥스웰 콜로나-대쉬우드'와 같은 사람들의 인생은 WBC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큰 변화를 맞았다. 맥스웰 콜로나-대쉬우드는 물에 관한 책을 출판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여러 컨퍼런스에 초청받아 WBC에서 했던 것처럼 물에 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WBC나 각종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서는 바리스타들에게 여러가지 변화들이 주어지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몇 년 동안 WBC를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여성 선수들이 준결승에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이 대회가 본래 성차별적 채점방식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출전하는 모든 사람은 국가대표 챔피언들이고, 최소한 이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진행되는 시합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성우승자들이 없다. 왜그럴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동안 당신이 연구해온 사회와 성이 대한 사회과학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말이다. 특히 여성바리스타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이것이 심사위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에 대한 결과 같은 것들 말이다.
나도 정확히 어떤 답을 드릴 수는 없다. 그러나 바리스타 대회는 모든 과정을 기록해두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 자료는 확보되어있다. 또한 남성과 여성이 함께 경쟁하고 모든 점수는 공개되며 점수에 따른 심사위원들의 피드백이 제공되고, 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는지 원인 분석도 가능하다. 이런 분석 자료를 이용하면 어떤 점에서 남성과 여성이 이렇게 큰 차이를 일으키는지 알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대회 자체에는 전혀 편향성이 없고 매우 공정한 대회라는 답이 나올 수 있다. 단지 우리가 아는 것은 성별에 따라 사람들이 스스로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에 대한 연구 조사 자료들이 있다는 것뿐이다.
‘2015 WBC’의 유일한 여성 파이널리스트인 샬롯 말라발(Charlotte Malaval)은 6위에 올랐다. 그녀의 어떤 행동 덕분에 이런 결과를 거둘 수 있었는지, 설명해달라.
그녀의 행동은 모든 면에서 자연스럽고, 머신 뒤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위협적이지 않다. 항상 느긋하면서, 커피 지식이 풍부하지만 강하지 않은 면모들이 그녀에게 중요하게 작용했다. 시합날 그녀가 입은 옷도 매우 잘 어울렸다. 조끼와 셔츠, 바지 같은 남성적인 옷이지만 그녀에게 딱 맞춘 듯한 인상이었다.
당신이 포스팅한 글의 결론은 여성바리스타들이 더 자기 반성적이고, 자신들이 왜 대회에 들어갈 수 없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러한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성은 다른 여성이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경쟁하지 않는 식의 행동패턴을 보이는데, 이는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피하고, 자신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도 기꺼이 경쟁에 참여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에게 하나의 답을 강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이 내린 결정에 스스로의 의견과 생각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경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 남성들이 보여줄 수 없는 다른 방식으로 경쟁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싶다.
내가 알기로 곧 당신은 WCE 심사위원이 될 예정이라고 들었다. 앞으로 심사위원으로 하고 싶은게 있는지?
앞에서 설명했듯이 스코어 시트는 굉장히 객관화 되어 있다. 그러나 한가지 ‘심판의 인상 평가’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는 전체 162점 중 24점을 평가하는 중요한 부문으로 쉽사리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을 채점했을 때, 조금 편견이 섞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내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지?, 이 사람을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가 뭐야?”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요.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변화시킬 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혹시 남성 바리스타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을까?
내가 일해왔던 대부분의 커피산업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의 역할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역할도 그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당신의 직장에 결원이 생긴다면, 최소한 여성들에게 그 자리에 지원하길 권유하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 그저 자리를 비워놓고 지원한 사람들의 범위 내에서 여성을 고르기보다, 그 자리에 적합해보이는 여성에게 먼저 "지원해볼래?"라고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많은 여성들이 이런 지원 제의에 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곤 하지만, 이는 익숙하지 않아서다. 남성들의 경우는 같은 제의를 받아도 훨씬 간단하게 수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실제 자신의 능력에 적합한지 여부보다, 일단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라 할 수있다. 여성들은 이전까지 계속 한발 물러나 있는 것을 미덕으로 교육 받아왔기 때문에 남성들이 먼저 나서서 그들의 손을 끌어줄 필요가 있다.
커피 업계의 제3의 물결이 가지는 개념들이 여러모로 좋은 방향성을 띠고 있는데, 이것이 바리스타 대회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은가?
제 3의 물결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상식들을 활용해 커피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잘 어필한가면 한 테두리 안에서 논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흐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동일하게 커피를 좋아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커피를 다루는 사람들 중 교육을 잘 받는 사람들이 많아 논쟁을 좋아하고, 타인의 의견을 쉬이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주효하다.
한국은 특히 각종 바리스타 대회에서 남성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그러는 반면 KBC의 경우는 여성이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러 대회들은 표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문제가 된다. 분명 여성 바리스타들의 실력이 남성보다 떨어지지 않음에도, 이러한 가시적인 결과에 있어서는 큰 격차를 보이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우리 커피계도 커피뿐만 아니라 바리스타들의 인권과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ource: Spru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