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책의 저자 구대회씨를 만나다.
2년 동안 55개국을 다니며 커피농장과 카페를 찾아다닌 사람이 있다. 대기업에서 일하며 승승장구를 했던 그는 초고속 승진을 앞두고 돌연 ‘커피’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결혼한지 1년 만에 아파트 전세자금 2억원으로 세계의 커피농장을 다니자고 아내에게 제안한다. 1년 동안의 긴 사투 끝에 아내를 설득하는데 성공했고, 커피 농장들을 방문하는 대 장정을 시작하게 된다. “부유하지 않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죠. 세상 잣대로 보면 좋은 직업이라도 ‘먹고 살기 위해 한다’ 라는 이유로 일을 하기는 싫었어요. 저에겐 하고싶은 일이 커피였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며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책도 펴낸 구대회씨가 그 주인공이다.
2억원이라는 큰 돈으로 2년 동안 55여 개국의 커피산지를 돌아다니는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하다. 그 많은 커피 산지를 돌아다니겠다고 결심하셨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구 대표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쌀장사를 하는 사람이 벼농사 지역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쌀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쌀을 생산하는 농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요. 커피 농장에서 최근 수확한 커피로 내린 커피 한 잔은, 상상하는 이상의 맛과 분위기를 선사해요. 커피가 어떻게 자라는지, 그곳의 환경과 분위기는 어떤지, 기회만 된다면 누구나 꼭 한번쯤은 경험해보길 권합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평범한 행동이 산지를 다녀온 이후엔 어딘가 분명 달라져있을거예요. 산지에서 갓 수확한 생두와 건조가 끝난 생두의 단계별 모습을 손으로 만져 보고, 커피 농장의 직원들의 모습도 본다면 모든게 새롭게 느껴질겁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가를 묻자 네 곳 정도를 꼽았다. "탄자니아를 방문했을 때 커피농장 전체에 전기 펜스가 둘러져 있었죠. 커피농장에 왜 전기펜스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동물과 사람때문이에요. 전기펜스가 없으면 동물들이 커피 농장에 들어가 열매를 먹고, 밤엔 사람들이 몰래 커피열매를 따간다고 하더라구요. 커피만큼 좋은 작물은 그 나라에서 흔치 않아요.아쉽게도 커피농장의 상당수는 서양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커피농장의 수익은 대부분 유럽 등지로 빠져나가요." "콜롬비아의 수도인 산타페테보고타로부터 버스로 열 시간을 가량을 달려서 겨우 커피농장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커피 산지를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커피 산지 자체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었기에 그 나라에 일단 가서 물어 물어 커피 산지를 가야했었는데, 대부분의 커피 산지들은 수도에서 10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갔어야 했어요. 그리고 사람들도 잘 모르더라구요.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벼 농사로 유명한 지역이 어디에요? 어디로 가면 되죠?” 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을 못하는 것과 같죠. 콜롬비아는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어요. 최고 품질의 아라비카 종이 자라지게 적합한 고도였고, 하루 세 네 시간을 제외하고는 강한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죠. 연간 1,500~20,00 강수량까지 알맞아서, 커피재배의 교과서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기는 맑고 깨끗했고, 꼭 커피 신선이 사는곳 같았습니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 제 2위의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 그 생산량의 90퍼센트 이상이 로부스타 종인 관계로 우리나라의 일반 카페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인스턴트 커피와 RTD커피를(ready to drink coffee: 바로 마실 수 있게 포장된 커피. 구입해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캔ㆍ컵ㆍ병 등의 형태로 된 커피를 총칭) 통해 매일 베트남 커피를 접하고 있죠. 특유의 강배전한 원두 떄문에 커피 본연의 맛을 음미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죠. 독하게 쓴 커피에 달콤한 연유를 듬뿍 넣어 마시는 베트남 특유의 커피문화는 잊지못할 추억으로 기억에 남아요." "쿠바에서 50원이면 로컬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길 수 있어요. 쿠바는 명실상부한 커피나무가 자라는 커피산지인데,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카페에서 아바나클럽 아네호 에스페시알럼을 마시고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해 단숨에 들이켰을 때에요. 각성과 몽환의 두 세계를 경험하게 됐죠." 그는 일명 ‘가배무사수행’이라는 것을 떠났다. 일본이 핸드드립의 종주국이나 다름이 없는 나라라는 생각에 나가사키, 도쿄, 교토의 커피 명가에 들려 훌륭한 핸드드립 커피가 무엇인지 경험하고 싶었고, 나아가 명장들에게 제 커피를 맛보게 하고 제 핸드드립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받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9박10일 동안 친구가 만들어준 가배함에 드립포트, 드리퍼, 핸드밀, 볶은커피 등을 담고, ‘남반차야’, ‘커피후지오’, ‘카페 데 엠브르’ 등을 들려 제 커피를 명장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주고 값진 조언들을 듣게 됐습니다. 가배무사수행을 통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됐고, 핸드드립 커피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최근 다양한 가공법이 나오는 등 색다른 향미를 표출하기 위한 노력과 관련 진정성 있는 커피를 내놓은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야기했다. "중요한건, 진정성 있는 커피를 내려 소비자에게 보답할 수 있느냐는 사실인 것 같아요. 특별한 것을 보고 특별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기계로 치면 엔지니어들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만드는거잖아요. 일반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머신 사용법만 알면 되고 기계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만 있으면 되요. 기계에 대한 이해를 못하면 고장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죠. 쌀농사, 고구마, 감자농사와 똑같아요. 진정성 있는 커피를 보답하느냐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그는 얼마전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책을 출간했다. "내년쯤에 대만과 홍콩에서도 제 책이 번역되어 출간됩니다. 이 책은 지금 카페를 해도 좋을지, 커피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카페를 열기 전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분들부터, 인생의 목표설정을 새롭게 하고 싶으신 분들 등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분들게 추천하고 싶습니다."